[CU DIARY] BGF리테일 신입사원의 반려해변 돌봄 활동기

매거진 2024.04.13

 

반려동물 아니죠, 반려해변입니다. BGF리테일이 입양해 돌보고 있는 고즈넉한 바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궁평리 해변’ 이야긴데요. 지난 3월 BGF리테일 신입사원들이 이곳을 찾아 환경정화 활동을 마쳤답니다. 반려동물, 반려식물 아끼듯이 정성껏 반려해변을 돌본 이색 경험, 사회인으로서의 첫 추억을 여기 함께 되새겨보려 합니다.

 

 


 

 

비다. 썰물이 빠져나간 처량한 오후, 해변에 나뒹구는 쓰레기 더미들을 열심히 줍고 있는데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연수 유니폼 위에 우비를 덧입었지만, 버스에서 우비를 가지고 내리지 않은 동료들은 속절없이 비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쯤이야. 원래 계획한 대로 반려해변 정화 활동은 계속 이어나간다. 이 많은 쓰레기를 보고 그냥 돌아설 수는 없으니까.

넓은 바닷가 해변을 우리가 청소한다고 과연 깨끗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하니까 정말 되는구나.’ 이 넓은 바다도 힘을 모으니까 깨끗해지는구나. 애쓴 보람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하니 손이 더 바빠졌다.

 

 

 

? 반려해변이라고?

저는 올해 BGF리테일에 입사한 신입사원 박정현 주임(동부산영업8팀)입니다. 저희 신입사원들은 지난 3월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2주간의 교육을 받고 4월부터 각자의 부서로 투입되어 일을 시작했는데요. 교육 기간 중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궁평리 해변으로 환경정화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이 궁평리 해변은 BGF가 입양한 반려해변이라고 해요. BGF리테일 구성원이라면 아는 분도 많겠죠. 저는 처음에는 ‘반려해변? 반려동물은 들어봤어도 반려해변은 처음 들어보네’ 싶었어요. 심지어 교육 담당 책임님께서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다니까요. (웃음) 알고 보니 이 해변을 BGF리테일에서 깨끗하게 청소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2023년 입양했고, 해마다 구성원과 CU 점주님들이 봉사활동을 가서 청소를 한다고 하더군요. 교육 6일째,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도 풀어지고 동기들끼리 친해진 상태에서 함께 바닷가에 간다니 설레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온 쓰레기일까

반려해변으로 출발하는 월요일. 낮인데도 잔뜩 흐려서 ‘혹시 비가 오려나’ 걱정도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궁평리 해변에 내려 쓰레기를 한창 줍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3월 초의 쌀쌀한 날씨라 해변에 사람이 없는 편이었지만, 썰물이 빠져나간 시간에 빠르게 해변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닷가 풍경을 즐길 마음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바닷가 근처에는 각종 쓰레기가 밀려와 있거나 마구 버려져 있어서 가까이에서 본 해변은 더 지저분했습니다.

해양쓰레기인 만큼 처음에는 과자봉지나 페트병과 같이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물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과자봉지, 페트병, 나무젓가락처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해양 쓰레기도 많았지만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해양 쓰레기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해변까지 들어온 거지?’ 싶은 배추와 무, 공사장에서나 마주칠 법한 거대한 철근 구조물, 목재가구의 나무 합판, 10L 기름통, 신발 등 해변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물건들을 보며 서로 보여주고 어이없다며 웃기도 했습니다. 폭죽이나, 과자, 음료처럼 들고 다니기 귀찮은 쓰레기의 경우에는 관광객이 슬쩍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이런 해변에 놀러올 땐 장바구니나 파우치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모아두고 집에 가서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의식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도 청소할 수 있어요

2024년 신입사원들은 ‘열정 조’와 ‘도전 조’로 나뉘어 있는데요. 쓰레기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자 경쟁이 붙어 쓰레기 혈투가 이어졌습니다. (웃음) 서로 “내가 눈독들이던 쓰레기를 뺏다니!” 하며 장난치기도 했답니다. 봉사활동 마무리 사진을 찍기 전, 도전조에서 위풍당당하게 공사장 철근 쓰레기를 들고 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마오리족 같아, 질퍽질퍽한 진흙에 그대로 주저앉아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청소한 거리는 바닷가 해변 약 3~4km였는데요. 당초 180분 봉사 활동을 계획했지만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90분이 지난 후엔 활동을 종료해야 했어요. 그래도 해변으로부터 멀리 나와서 보니 바닷가 주변이 눈에 띄게 깨끗해진 것이 보였습니다. 45명이 청소한다고 과연 바다가 깨끗해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니까 정말 깨끗해지더라고요. 신기하고도 뿌듯했어요.

 

 

 

 

 

평생 살아야 할 곳이 바로 지구니까

저는 평소 수영도 좋아하고 해수욕도 즐겨서 일 년이면 서너 번 바다를 찾았어요. 그저 가족과 바다에서 노는 게 좋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면 행복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반려해변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휴양지로 바다를 즐기며 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렸을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혹시 나도 과거에 이렇게 쓰레기를 그냥 바다에 투척하고 오지는 않았을까요? 정말 별의별 쓰레기가 있기에 ‘앞으로 바닷가에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바리케이트를 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입사 전에도 저는 환경뿐 아니라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하루에 몇 시간씩 봉사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취업 준비생 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예전에 울산 외곽에서 단체로 2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거주하는 울산 지역 관광지 부근에도 해양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 계속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웠던 활동도, 이번에 동기들과 함께 한 반려해변 환경정화 활동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모두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환경 관련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접할 때면 생각보다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해 놀라곤 해요. 당장 내 삶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우리가 60년 이상, 나아가 우리 후대손손 살아야 할 지구이기에 뭐라도 할 게 없을지 생각하곤 하는데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30분 이하의 거리는 그냥 걸어 다니려 합니다. 가능하면 자연분해가 되는 제품들을 구매하고, 포장 용기가 싫어서 배달음식도 잘 시켜먹지 않고요. 이처럼 환경 보호 실천을 작게나마 해오고 있었지만, 동기들과 힘을 모아 해변을 청소한 이번 활동은 환경에 대해 더 큰 마음의 변화를 가져온 것 같네요.

 

 


 

 

사회인 첫 취미는 환경정화 활동으로

저는 현재 본사직영점인 CU 울산복산점에서 매니저로 근무합니다. SC 직무로 발령이 나기 전에 직영점에서 근무하며 점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매출 활성화 방안을 공부하며 열심히 업무를 배우는 중이죠. 아직 근무 한 달차지만 학생과 사회인 사이에는 역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합니다. 학생 때에는 어떤 실수를 해도 용인이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제가 발주 실수를 하거나 저의 선택으로 인해 회사에 타격이 오면 제가 책임지고 수습을 해야 하기에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됐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매일 두세 번씩 반복적으로 확인하고요. 

아직 사회인 초보인 만큼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동기들이 큰 힘이 되어줍니다. 반려해변에서 열심히 일하고 또 함께 웃었던 기억,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서로의 일을 덜어주려 애쓰고 힘들어 보이는 동기를 챙겨주던 모습이 모두 귀한 자산으로 남았어요. 높은 경쟁률을 뚫고 BGF리테일의 한 가족이 된 만큼 모든 부서와 팀에서 멋진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다들 사랑해!)

회사원으로서 시간을 내어 환경을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반려해변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나의 움직임이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하니 힘듦을 넘어 뿌듯함까지 느껴지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가볍게 조깅한다는 느낌으로 플로깅 같은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신다면 건강도 챙기고, 자연도 지키고, 자존감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같이 반려해변 봉사활동에 또 참여해 보면 어떨까요? 함께 좋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좋은 친구’들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사진·인터뷰. 박정현 주임(BGF리테일 동부산영업8팀)

.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