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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하나둘 편의점에 모여듭니다. 집에 가기 전 간식을 고르고,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죠. 그렇게 반복되는 풍경 속
CU신사미성점은 동네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조경자 점주님과 김현기
점주님을 만나, 이곳에 쌓인 특별한 순간들을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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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신사미성점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는 집으로 향하기 전 빠짐없이 들르는 방앗간 같은 곳이죠.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천국으로 가는 문’ 이라 부른다고 하는데요. 이 특별한 이름에는 매일같이 점포를 찾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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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점주님 여기가 워낙 높은 곳에 있어 한참을 올라와야 해요. 예전에는 버스가 다녔지만 노선이 사라진 뒤로는 주민들도 걸어서 오르내리게 됐죠. 한여름에는 덥고, 한겨울에는 춥고요. 그렇게 힘든 길 끝에서 만나는 편의점이다 보니, 동네 분들이 자연스럽게 천국으로 가는 문이라고 부르시는 것 같아요.
조경자
점주님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퇴근길에 보면 아이들이 언덕을 올라오며 “천국으로 가자!”라고 하더라고요. 힘들게 언덕을 오른 뒤, 편의점에 들러 간식도 고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작은 즐거움이었나 봐요. 그래서 ‘천국으로 가는 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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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점주님 저는 한 살배기 손님에게도 꼭 존댓말을 해요. 세 살이든 열여덟 살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들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지 이곳에서는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학생이나 어르신들은 포인트
적립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제가 먼저 챙겨드리고 있어요. 학생들은 차곡차곡 쌓이는 포인트를
보는 재미로 더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를 살 수 있는지,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지도 낯설어하시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찾으세요. 모아둔 포인트로 우유를 사 가시는 모습을 보면 편의점을 편하게 이용하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조경자
점주님 이곳은 길가에 자리한 일반적인 편의점과 달리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찾는 항아리 상권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손님이라기보다 한 동네에 사는 가족을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포켓몬빵이
한창 인기였을 때는 예약을 받으며 어머님들의 연락처를 남겨둔 적이 있는데요.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면 “아이 잠깐만 봐주세요” 하고 연락을 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잠시
살펴봐 주곤 하죠. 그렇게 하나둘 사탕과 간식도 챙겨주기 시작했고요.
어느새 편의점이 아이들에게는 집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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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간식을 건네는 작은 호의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메모에는 서툴고 귀여운 글씨로 점주님을
향한 고마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조경자
점주님 처음에는 낯설어서인지 제가 건네는 간식을 받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매일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며 가까워지다 보니, 이제는 웃으며 잘 받아 가요.
(웃음)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제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들도 빵이나 간식을 한가득 가져다주시더라고요. 김장철에는 김치를 나눠주시고, 텃밭을 가꾸는 분들은 직접 키운 채소를 챙겨주시기도 해요. 거창한
선물은 아니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건네다 보니, 이제는 정말 한 동네의 이웃사촌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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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125806949419_[BGF Live] 매거진_내지_07_0918.png](/assets/upload/image/editor/202609231010061059041171.png)
조경자 점주님 하원하거나 학교를 마친 뒤 곧장 집에 가지 않고, 이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잠시 시간을 보내며 가족을 기다리는 공간이기도 한 거죠. (웃음) 또 늦은 밤 학원을 마치고 들르는 학생들도 있는데요. 가끔 한참을 앉아 있다 가는 모습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짠할 때가 있어요. 이곳에서만큼은 잠시 숨을 돌리고 편안하게 쉬어갔으면 좋겠어요.
김현기
점주님 지난해 자주 오던 고3 학생이 있었어요. 학원이 밤 10시에
끝나니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이곳에
들러 삼각김밥이나 우유, 과자로 간단히 끼니를 챙기며 힘든 마음을 저한테 털어놓기도 했죠. 그래서 여기서만큼은 아무 생각 말고 쉬어가라고 해줬습니다. 그러니
활짝 웃더라고요. 학생들에게는 자주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잠깐쯤은
쉬어가도 괜찮다고요.
![1790125827787596_[BGF Live] 매거진_내지_05_0921.png](/assets/upload/image/editor/202609231010271566139416.png)
김현기
점주님 눈이 내리던 12월 31일 밤이었어요. 늘 셋이 붙어 다니던 여고생들이 있었는데, 수능을 마치고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날이 셋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어요. 매장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제가 셋의 모습을 남겨줬죠. 나중에 각자 결혼하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그 사진을 보면 “우리 그때
여기서 이랬지” 하며 이날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뭉클하네요. (웃음)
5년 전 편의점 문을 열었을 때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어느새 대학생이, 그 해 태어난 아이는 벌써 5살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오던 아이가 이제는 혼자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신사미성점은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손님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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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자
점주님 밑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두세 개 있는데, 처음에는 주민 분들이 아이스크림 사러 내려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굳이 내려가지 않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저희 편의점에서 해결하니까요. 시장까지 거리가 좀 멀다 보니 달걀이나 채소 같은 신선 상품도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편입니다.
김현기
점주님 저희는 신선 상품이 되게 중요해요. 이번에 행사가 있었을 때도 제가 달걀 100판을 주문했는데 10판으로 축소가 된 거예요. 조류독감 때문에 물량이 부족했던 거죠. 그런데 이미 아파트 주민분들께 100판 정도 나올 거라고 홍보를 해놓은 상황이라 너무 난감했어요. 주민들에게
약속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SC 담당자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담당자님께서
다른 점포에 부탁해서 발주하지 않는 물량을 확보해 저희한테 줄 수 있겠냐고 알아봐 주셨어요. 덕분에 100판을 다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민분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필요한
걸 여기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790125917498083_[BGF Live] 매거진_내지_07_0918.png](/assets/upload/image/editor/20260923101157100806687.png)
조경자
점주님 저희 이사하기 전까지 없어지지 말라고, 항상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웃음) 어르신분들도 이제는 정말 가족 같아졌어요. 약간 사랑방 같은 개념인
것 같아요. 말동무도 엄청 많이 하고요. 처음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 들렀던 주민분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당연해졌네요. 이런 평범한 익숙함을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어요.
김현기
점주님 항상 편하게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진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심적으로도요. 꼭 필요한 일이
없더라도 편하게 들러서 얼굴 보고 인사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잠깐이라도 여기 와서 편하게 있다가
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조경자·김현기 점주님(CU신사미성점)
촬영. 김홍일
글. 박현영
편집. 김도희